낮에나온 반달 18

막사에 수류탄 던지고, 도망 나온 동료들 향해 총 난사했다

“부모 심정이 무너진다. 그만두고 자수해라.” 무장 탈영해 40시간 넘게 도망 다디넌 아들과 전화 통화에서, 아버지가 이렇게 말했다. 아들은 “어차피 엄청난 일을 저질렀는데 돌아가면 사형 아니냐”라고 답했다. 그로부터 30여분 뒤 총성이 울렸다. 휴대하고 있던 K-2소총으로 왼쪽 가슴을 스스로 쐈다. 폐를 아슬아슬하게 비켜갔다. 출혈이 많았지만 의식은 있었다. 회복한 그는 살아서 법정에 섰고 세 번의 재판에서 모두 사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절반이 지나도록 반성문 제출 기록이 없다. 사형이 선고되는 순간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함께 복무하던 동료와 간부 등 5명을 살해하고 7명을 다치게 한 소위 ‘임 병장 사건’ 장본인 임도빈이다. 임도빈은 어려서부터 부정확한 발음으로 놀림을 받았다. ..

낮에나온 반달 2024.02.18

밤에 나타난 옆집 친구 4

다음 해 8월이 되자 동창회가 있어 시간을 내어 동창회에 참석을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숙이가 동창회에 참석을 했다. 숙이도 같은 동창 이기 때문에 동창회에 참석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나는 그동안 동창회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 그러나 숙이는 한 번도 참석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창회가 거의 끝나갈 무렵 숙이에게 물어보았다. 숙이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그날밤 부축해 줬잖아" 역시 내 생각이 맞았던 것이다. 그런데 숙이 어머니는 왜 안 왔다고 했을까. 하지만 숙이는 내가 묻는 의도를 아는 것 같았다, 내가 다음 말을 묻기도 전에 "그렇지 않아도 엄마가 걱정하더라고" 하면서 그날 일을 설명해 주었다. 숙이는 양주로 시집가 남편과 정미소를 운영한다. 여름에는 그런대로 한가하게 보냈는데 가을이..

낮에나온 반달 2024.02.15

밤에 나타난 옆집 친구 3

그날밤 나는 발의 고통과 된장 냄새로 한잠도 잘 수 없었다. 된장을 바르면 상처가 빨리 낫는지는 잘 모르겠고, 처음에는 된장이 차가워 약간 시원한듯했지만 조금 지나자 더욱 화끈거리며 통증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고통 때문에 밤새도록 뒤척이다 새벽녘쯤 겨우 잠이 들었는데 그것도 잠깐이다. 물집이 터져 발이 너무 쓰라렸기 때문에 악몽만 꾸다 다시 깨어난 것이다 동이 트자 나는 너무 갑갑하여 밖으로 나왔다. 물집 이 터졌을 때는 쓰라림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고통도 줄어들었고 발도 한결 자유로워졌다 밖으로 나오자 옆집 숙이네 집에서는 숙이 어머니가 일찍 밖으로 나와 마당에서 무언가를 하고 계셨다. 나는 숙이 어머니께 인사도 드릴 겸 발을 절룩거리며 옆집으로 향했다. 나를 본 숙이 어머..

낮에나온 반달 2024.02.15

밤에 나타난 옆집 친구 2

밖으로 나오자 서늘한 밤공기가 코끝으로 전해지며 꽉 막힌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 주는 것 같았다. 늦게 온 친구들이 괜찮냐고 하며 집까지 태워 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밤공기를 마시며 걸어가겠다고 했다. 발이 화끈거리는 고통은 있었지만 그래도 걷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다만 화상을 입은 발에 힘을 줄 수가 없어 약간 절름발이 걸음으로 걸어야 했다. 그런데 한동안은 아무 일 없이 잘 걸어갔지만 어느 순간부터 발에 불편함을 느꼈고 중간 지점까지 왔을 땐 발을 디딜 수가 없었다. 땅바닥에 주저앉아 발을 살펴보니 발바닥에는 야구공 만한 물집이 생겨나고 있었다 , 거기서 책상다리로 앉아 있었기 때문에 뜨거운 물을 발등이 아닌 발바닥에 부운 것이다. 그리고 물을 부었다기보단 쏱았다고 해야 더 맞는 표현이다. 나는 신작로..

낮에나온 반달 2024.02.13

밤에 나타난 옆집 친구 1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그날 나는 오전 근무만 마치고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데 시골 큰 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가을걷이가 바쁘니 시골에 와서 좀 도와 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집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시골로 향했다. 시골은 그리 멀지 않아 내가 도착했을 땐 오후 1시가 조금 넘었을 뿐이다. 시골에선 벼베기를 하고 있어서 나는 벼베기를 도와주고 다음날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옷을 갈아입고 논으로 나가려는데 동내 앞 신작로에서 건너 동내에 사는 고향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부인과 함께 어디론가 가고 있는 중이다 반갑게 악수를 하고 어디를 가느냐고 묻자 다른 친구 하나가 식당을 개업했는데 거기에 간다고 한다. 나도 개업한 그 친구와는 친한 사이이다. 아니 그 친구는 지금 만난 친구 보다 더 가깝..

낮에나온 반달 2024.02.13

사형제를 폐지해달라는 사형수가 있다.2

목격자 A씨가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면서 범행 현장 일대에는 검문소가 설치됐다. 그러나 정형구와 한준희는 유유히 검문소를 벗어났다. 정형구는 아무렇지 않게 범행에 쓰인 엽총을 경찰서에 다시 맡겨두고, 동해 일대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초동 수사가 혼선을 빚으면서 이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그 사이 정형구는 수원에서 생필품을 도매하는 ‘선우종합무역’을 세웠다. 직원도 7~8명 고용해 번지르르하게 사장 노릇을 했다. 사건 6개월 만인 1999년 7월 경기지방경찰청에 첩보 하나가 들어왔다. ‘삼척 신혼부부 살인사건 범인이 수원과 안산지역에 숨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첩보는, 한준희가 지인과 술을 먹다 흘린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탐문 수사를 벌인 끝에 7월 6일 오전 1시30분쯤 수원시 인계동의 호텔 앞에서..

낮에나온 반달 2024.02.13

사형제를 폐지해달라는 사형수가 있다. 1

사형제를 폐지해달라는 사형수가 있다. 그는 세 번째 사형제 헌법소원 심리가 진행됐다는 소식을 듣고, 2021년 해당 사건의 보조참가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가가 자신의 생명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 사형수의 이름은 정형구. 기분이 나빴다는 이유만으로 신혼부부에게 엽총을 난사한 자다. 그는 살인‧살인미수‧절도 혐의로 2000년 7월 사형을 확정 받고 23년째 옥살이 중이다. 내게도 살 권리가 있다고 외치는 이 사형수는, 그날 무슨 일을 벌였던 걸까. 1999년 1월 19일 오후 4시 10분. 강원도 삼척시 노곡면 상마읍리 문의재 언덕길. 검정 그랜저 한 대가 비포장길을 달리고 있었다. 번호판은 ‘전북29가 9819호’. 전주에서 올라온 차량이었다. 이 고급 세단에는 신혼부부 김모(28)씨와 장..

낮에나온 반달 2024.02.13

소녀를 지켜준 부엉이4

이 사건이 일어난 건 80년대 중반으로 필자의 옆 동내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복면은 필자도 잘 아는 학교 후배이며 이때 복면은 군인 신분으로 휴가 중에 저지른 범행이다. 그래서 체포 후 사형이 즉시 집행 된 것도 군인 신분 이기 때문이다. 이 무렵 삼밭의 임금은 하루 7천 원이나 8천 원 정도이다. 그리고 하루에 5명에서 10명까지 일을 했으니 일꾼들 하루 품값은 모두 합쳐 4만 원에서 8만 원이고 그걸 10일로 곱하면 40만 원에서 80만 원이다. 복면이 노린 건 바로 이 돈 80만 원이며 이 돈을 뺏기 위해 계획을 철저히 세웠다. 복면은 범행을 위해 삼밭에 나가 일을 해주며 주변을 탐지하는 등 사전답사를 했다.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거리와 시간까지 재는 등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사건 당일 복..

낮에나온 반달 2024.01.31

소녀를 지켜준 부엉이3

(3화, 동내까지 간다는건 불가능 하다) 저정도 거리라면 동내 도착 하기전에 잡는건 일도 아니라고 생각 했다 복면이 뒤쫓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정이는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몸을 비틀거리며 죽을힘을 다해 뛰고 있었다.목에 흐르는 피를 한손으로 감싸쥔뒤 조금이라도 지체할수 없다는 생각으로 사력을 다해 뛰고 있었지만 목의 부상 때문에 속도는 나지 않았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 있는 정이가 살아날 확률은 반반이다 . 아니, 복면이 뒤쫓고 있으니 이젠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살수있는길은 거의 희박하다, 동내까지는 이제 2킬로정도.한강 다리가 800 에서 1킬로 정도 되는데 한강을 왕복하는 셈이다. 복면은 상당이 빠른속도로 쫓아오고 있었다. 벌써 거리를 반으로 단축 시켰는데 이대로라면 7.8분안에 정이..

낮에나온 반달 2024.01.31

소녀를 지켜준 부엉이2

(2화. 부엉이에게 속은 복면) 복면이 낫을 거머쥐고 무서운 기세로 다가오자 겁에 질린 정이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복면은 들고 있던 낫으로 정이의 목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정이의 목에서 검붉은 피가 솟구쳐 나왔다. "이놈아 나를 죽여라!! 우리 손녀가 무슨 죄가 있다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복면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달려들었다. 그러자 복면은 다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낫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 틈에 정이는 밖으로 빠져나왔다. 마당 끝에 콩밭이 있었는데 정이는 우선 몸을 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콩밭으로 뛰어갔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비명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정이가 콩밭 끝머리까지 거의 왔을 때 복면이 방문을 뛰어나왔다. 정이는 목에 흐르는 피를 한 손으로 감싸 쥐은 체 콩밭 이랑에 얼른 엎..

낮에나온 반달 2024.01.31

소녀를 지켜준 부엉이 1

(1화 , 낫을들고 위협하는 복면) 정이는 양평에서 중학교 1학년에 다니고 있었다. 여름방학이 되자 할머니가 계신 시골에 내려왔다. 3년째 삼밭을 하고 계신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정이를 끔찍이도 이뻐했다. 이제 2년만 더 하면 삼 일이 모두 끝나 다시 양평으로 돌아갈 예정인데 두 노인네는 이곳에서 생활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공기도 좋고 인심도 좋으며 자연을 벗 삼아 생활한다는 것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다만 동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외따로 살기 때문에 처음엔 무서웠지만 그것도 처음에만 그럴 뿐 이젠 익숙하여 무서울 것도 없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삼밭에 김을 매 줄 일꾼들이 많았다. 먼저번 양평 부근에 삼을 심었을 땐 일꾼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거기 사람들은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품삯은 많이..

낮에나온 반달 2024.01.31

비단 이불 속에서 자폭한 마지막 공비

1968년 1월 21일, 청와대 기습에 실패한 김신조 부대는 사방으로 흩어져 휴전선쪽으로 도주했다. 이어진 군단 규모의 대 토벌 전에서 사살당한 두목 김종웅의 이야기는 전에 소개를 한 바 있다. 토벌 작전 열흘 뒤 마지막 공비가 소탕되었는데 마지막으로 사살 된 공비의 최후는 그 지역에서 군복무를 했던 필자의 기억에 현지 주민들에게 직접 들은 일화로서 남아 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를 체포하려고 출동했던 중대장은 66년 8월 9일, 월남 캄보디아 접경 둑코 전투에서 맹호부대 1개 중대를 지휘하여 공격해온 월맹군[2개 대대] 중 176명을 사살하고 대승을 거둔 영웅 이춘근 대위였다. 둑코 전투 후의 이 춘근 대위 둑코 전투는 나중에 승리를 거둔 짜빈동 전투와 함께 월남전에서 한국군이 거둔..

낮에나온 반달 2024.01.29

임진강 물로 침투한 간첩 3

임진강물로 침투한 간첩 1명을 잡기 위해서 28사단 등 3개 사단의많은 군 병력이 동원되었고 1개월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도 소요됐다.또한, 그곳 주민들은 바쁜 농사철의 농사일에 제한을 받기도 했고무엇보다 간첩 작전에 참여했던 아군의 오인 사격등 아군의 피해도만만치 않았다.간첩은 여기서 두 가지 실수를 했다.첫 번째 실수는 잠수복과 오리발을 땅에 묻지 않고 임진강변에 버려둔 것이다.아마 손목의 부상과 국군의 추격으로 땅을 파고 묻을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았다.그리고 두 번째 실수는 논둑에 비트를 파고 낮잠을 자다 손을 노출시킨 것이다.포위망은 좁혀오는데 쫓기는 사람이 잠을 잔다는 건 곳 자살행위이다.소대장을 쏘았다는 권총은 논바닥을 이 잡듯 찾아보았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다만 카빈총 탄피 한 발을 발견하긴 ..

낮에나온 반달 2024.01.23

임진강 물로 침투한 간첩 2

병사는 즉시 조금 앞서가던 소대장에게 보고하였다 .병사의 보고를 받은 소대장은 손을 살짝 들어 소대원들을 정지시켰다.그리고 소대원들에게 무언가를 지시를 하고 그중 1명만 데리고 논둑을 향하여 조심스럽게 접근하였다.소강 상태를 보였던 장맛비가 다시 장대처럼  퍼붓기 시작했다.소대장은 자세를 약간 낮춘 뒤 손이 보였다는 논둑길을 향하여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접근하였다,신작로 쪽에서는 소대원들이 숨을 죽인 체 논둑을 향해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무전병은 조금 멀찌감치 떨어져 어딘론가 무전을 다급하게 치고있었다 무전병은 무전을 치며 이리저리 왔다갔다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는데,전시에는 무전병을 제일먼저 공격한다는 말이 있기 때문에 그 무전병도 계속 몸을 움직이며 안절부절 못하는것 같았다.소대장이 손이 올라왔다..

낮에나온 반달 2024.01.23

임진강 물로 침투한간첩 1

임진강 상류 휴전선 GP에서 한밤중에 몇 발의 총성이 울렸다. 한밤중에 GP에서 총성이 울렸다면 당연히 비상이 걸리고 중부전선 전방 부대는 순식간에 발칵 뒤집혔다. 총을 쏜 병사는 임진강 보초 근무를 서던 초병이었다. 그곳 휴전선에는 임진강 물이 북에서 남으로 흐르고 있고 간첩들이 임진강물을 이용해 침투할지 모르기 때문에 경계를 소흘리 할 수 없는 곳이다. 한밤중에 초병이 보초를 서는데 임진강 북한 쪽에서 시커먼 물체가 강 하류로 흘러오지 않는가. 그곳을 지키던 병사는 혹시 잘못 보았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나 검은 물체는 이미 강 하류의 어두운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에 수분 정도가 지났을때 다시 검은 물체가 떠내려고 오고 있었다. 병사는 그 검은 물체를 향하여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낮에나온 반달 2024.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