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나온 반달

소녀를 지켜준 부엉이3

초원의 호수 2024. 1. 31. 21:39

(3화, 동내까지 간다는건 불가능 하다)

 

저정도 거리라면 동내 도착 하기전에 잡는건 일도 아니라고 생각 했다
복면이 뒤쫓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정이는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몸을 비틀거리며 
죽을힘을 다해 뛰고 있었다.목에 흐르는 피를 한손으로 감싸쥔뒤 
조금이라도 지체할수 없다는 생각으로 사력을 다해 뛰고 있었지만 목의 부상 때문에
속도는 나지 않았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 있는 정이가 살아날 확률은 반반이다 .
아니, 복면이 뒤쫓고 있으니 이젠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살수있는길은 거의 희박하다,
동내까지는 이제 2킬로정도.한강 다리가 800 에서 1킬로 정도 되는데 한강을 왕복하는 셈이다.
복면은 상당이 빠른속도로 쫓아오고 있었다.
벌써 거리를 반으로 단축 시켰는데 이대로라면 7.8분안에 정이는 잡힐것이다.

목에 심한 부상을 입고 외로운 질주를 하고있는 정이는 오디나무 두그루가 서있는 
비탈길까지 접어 들었다.그리고 약간 구부러진 길을 지나 면서 
오른쪽으로 약간 넓은 논뚝길이 나왔다.
논뚝길은 동내 가는방향이 아니었지만  정이는 논뚝길로 방향을 틀었다.

정이는 영리한 소녀였다.
논뚝길에서 약 100미터 정도를 지나면 조그만 개울이 나왔고 
개울을 건너면 바로 군인부대 후문이 나온다.

 정이는 그곳이 군부대 후문이거나  군인부대가 있다는 사실 조차도 몰랐다.
 다만 아침마다 군인들의 함성소리가 들렸기때문에 
이 근처 어딘가에 군인부대가 있을거라 생각은 했지만 관심은 없었다.
그리고 삼밭에서도 부대가 나무에 가려 지붕만 조금 보였는데 
그것이 군인부대라고 생각해 본적은 없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군인들의 함성이 이쪽에서 들렸고 
나무에 가린 지붕은 틀림없이 군인부대 일거라고 생각한 정이는 
정신이 흐릿해져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상태여서
 동내까지 간다는건 불가능 하다 판단되어 동내를 포기하고 이곳으로 향한것이다.
어쩌면 정이는 처음부터 군인 부대를 목표로하고 달려 왔는지도 모른다.

 어느덧 복면과의 거리는 30 미터로 줄어 들었다 ...
그정도 거리라면 잡히는건 시간 문제다 ,,

복면은 정이를 빨리 잡이야 겠다는 생각으로 무섭게 질주하는 반면 

정이는 심한 상처를 입은체 1키로 가량을 달려와 기력이 거의 소진되어있어.

마음은 뛰고 있지만  다리는 걸어가는 정도로 겨우겨우 움직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정이는 1,2분안에  잡힌다.


그러나 정이가 부대쪽으로 발길을 돌리자 복면은 다급했다 .
복면도 그곳에 군 부대가 있다는건 잘  알고 있지만 
정이가 부대로 들어 갈거란건 처음부터 생각을 못했다, 

복면은 어찌나 다급했던지 바로 논으로 뛰어 들었다 .
정이가 부대에 도착 하기전 잡아야 하기 때문에 큰길을 놔두고 
직선 거리인 논으로 뛰어 들었는데 오히려 그 때문에 시간이 더 지체되었다.

논은 수렁 논이어서 수렁속에 발이 빠져 나오질 않았다.

초를 다투는 시간 속에서 복면은 여기서 수 분을 잡아 먹는다.
복면이 수렁에 빠져 한동안 허우적 거리다 겨우 빠져나올무렵 
정이는 이미 개울을 건너고 있었다 ,그리고 10미터만 가면 바로 군인부대이다.

첨벙첨벙 하며 복면이 수렁논을 건너는 소리는 들렸지만
 주위력을 잃은 정이로서는 그게 복면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다만 조그만 개울을 건너자  군인초소가 희미하게 보였고 
다행히 문은 닫혀있지 않고 바리켓트만 쳐져 있었다 ,


초병이 인기척을 느끼고 정이 앞을 가로 막으며 수하를 했다.
그러나 정이는 초병에게 무작정 뛰어 들어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만다.

초병은 쓰러지는 정이를 재빨리 받으며  정이가 부상을 입었다는걸 알게된다.

 

 초병은 정이를 번쩍 안아들고 당직실로 뛰었다.
군인의 품에 안겨 당직실로 뛰어가는동안 정이는 잠깐동안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정이는 할아버지와 들판으로 나왔다.
들에는 예뿐꽃도 많이 피었고 새울음 소리도 정겨웠다 . 
 어디선가 나비 한마리가 날아왔다 .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나비인데 너무 아름다워 할아버지에게 잡아달라고 하였다. 
할아버지가 나비를 쫓았지만 나비는 높이높이 날아가고 있었다. 
왠지 불길한 생각이 든 정이는 할아버지를 불렀다.
" 할아버지 !! 가지마세요 ! 할아버지 !!!!"
그러나 목소리는 나오질 않았고 몸부림만 치고 있었다.

 꿈에서 깨어났을때 군인은 당직실에 도착하여 정이를 쇼파에 내려놓고 있었다 .
목에 상처때문에 말을 못하는 정이는 지체할 시간없이 바닥에 내려와 
손가락에 묻은 피로 혈서를 쓰듯 글씨를 썼다.

'태주가 할머니를 죽이고 삼밭에서"
여기까지 글을 남긴 정이는 다시 의식을 잃고 
두번다시 못 깨어날지도 모를 깊은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정이는 처음부터 마지막 까지 한점의 실수도 없이 최선을 다했다. 
복면이  죽이려고 낫을 휘둘렀을때 거기서 겁에질려 머뭇거렸다면 여기까지 올수가 없었다. 
그리고 콩밭에 숨어있을때 복면이 바로 코앞까지 왔지만 정이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복면이 틈을 내 준 사이에 그 기회를 놓치지않고 빠져 나온것만 보아도 
얼마나 침착한지 알수있다. 

특히 부대에 도착하여 자신이 곳바로 의식을 잃거나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글을 남겼는데, 글은 짧았지만 거기엔 사건의 모든실체가 들어있었다. 
사건위치, 범행과 피해상황 범인의 이름까지...
특히 할머니가 한번 외친 이름을 희미해져 오는 정신속에 기억 한다는건 정말 놀라운 일이다.

 정이는 의무실에서 응급처치를 받은뒤 군인차에 실려 동두천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피를 많이흘려 생명이 위독한 상태이다. 
어쩌면 병원에 도착 하기도전에 죽을지도 몰른다.

부대에선 5분 대기조가 출동했다.정이가 쓴 글을 쉽게 이해하고 삼밭을 아는 
군인이 있었기에 현장을 쉽게 찿았다 ,
군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때 방안에는 처첨한 광경이 목격 됐지만 .복면을 잡진 못했다.

그무렵 복면은 남쪽으로 도주하고 있었다 .
정이가 부대에 들어가 군인과 만나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이젠 포기하고 
수색망이 펴지기전에  빠져 나가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군인들은 그날밤 수색망을 펴지 않았다. 
범인이 누군지 밝혀져 있었기에  잡는것도 시간 문제였다.
그래서 군인들은 정이를  병원까지 이송만 했고 나머지 사건처리는 경찰에 넘겼다 

복면은 밤새도록 임진강을 건넜다.
달도 없는 캄캄한 밤중의 임진강 물은 거칠고 사나왔다.
하지만 물가에서 자란 복면에게 임진강 건너기는 아주 쉬운 일이다.

사건 3일후 적성의 어느 창고에 숨어있던 복면은 주민의 신고로 붙잡혔다.
그리고 몇개월후 사형이 선고 되었고 ,사건 1년후 사형이 집행 되었다.
외지인 이였던  정이는 그후 아무런 정보가 없다.

이곳 동내 사람들은 정이가 제발 살아 있기를 바라고있다, 살아 있다면 
어느 하늘아래 살더라도 그날의 악몽을 잊고 행복한 여인으로
살아 주기를 바랄뿐이다.

그날 이후, 삼포밭 오막살이 집에는 정이와 두 노인네의 모습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다만 예나 다름없이 빨간 고추잠자리가 파란 하늘아래 한가로히 맴돌고 있었고,
상수리 나무위엔 부엉이 한마리가 밤마다 찿아들었다
(4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