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을 넘긴 명호 아버지는 낚시를 좋아했다. 처음부터 낚시를 좋아했던 건 아니고, 어느 날부터인가 동내 앞다리밑에서 매꼬모자를 쓴 명호 아버지의 낚시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고, 그러다가 멀리까지 원정 낚시를 다닌다. 명호 아버지가 멀리 낚시를 가는 곳은 걸어서 한 시간 거리인 숭의전부근 임진강이다. 처음엔 동내 앞 냇가에선 조그만 피라미만 잡다가 멀리 임진강에 다니고부턴 제법 씨알 큰 붕어와 어떨 땐 쏘가리까지 잡아 오기 때문에 이젠 동내 앞에서는 낚싯대를 펴지 않는다. 그날도 명호 아버진 낚싯대를 둘러메고 임진강으로 향했다. 그날은 허리춤에 준비한 것이 많은 걸로 보아 아마 밤을 셀 모양이다. 비가 며칠 동안 내려서인지 길은 무척이나 질었다. 간신히 강기슭까지 도착했을 땐 강물은 생각보다 많이 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