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나온 반달

도둑을 쫓아낸 아이

초원의 호수 2025. 4. 23. 02:37

어느 날 주인집 아주머니가 전세를 200만 원이나 올려 달라고 한다
그 무렵에는 하룻밤만 자고 일어나도 집 값이 두 세배씩 막 뛰어오르던 시기여서
전셋값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었다

그동안 월세를 살다가 겨우 이것저것 빡빡 끌어모아 겨우 전세를 장만했는데
1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올려 달라고 하니 막막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돈에 맞춰 이사를 하자니 전셋값이 너무 올라 있었고 오히려 지금 200을
올려 주고 사는 것이 훨씬 싸게 사는 것이다. 주인 말로는 우리가 이사를 하게 되면
500을 올려서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 무렵 나는 아내와 3살짜리 딸, 백일이 지난 아들등 4식구가 살고 있었다
월급은 약 70 정도를 받고 있었는데 그 돈 가지고는 4 식구가 생활해 나가는 것이
빠듯하긴 했지만 그런대로 만족하고 있었고 주택은행에 청약저축도 가입하여 매달 꼬박꼬박
부어 나가고 있었지만 여유돈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20만 원 같으면 직장에서 가불이라도 하겠지만
이무렵 200은 적은돈이 아니다.
다시 월세로 가야 하나....
이런 생각도 해봤지만 아내는 월세는 안된다며 방법을 더 찾아보자고 한다.
"방법은 무슨.........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다음날 내가 퇴근하여 힘없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내는 돈을 구했다고 한다
아버지. 그러니까 농사를 짓고 계시는 장인 어르신이 농사자금으로 대출을 받아 줄 테니
내일 오후에 처갓집으로 가 돈을 가져오면 된다는 것이다.

다음날 나는 오전 근무를 마치고 곧바로 처갓집으로 향했다. 처갓집을 가려면 3~4 시간 거리로
버스를 세 번 갈아타야만 갈 수 있는 농촌 마을이다.
그날 처갓집에서 돈을 건네받고 집으로 왔을 땐 밤 9시가 넘었다.
나는 집에 도착하자 도장과 돈을 챙겨 바로 주인집을 찾아가 돈을 건네주었고 계약서와
영수증을 받아 모든 일을 마무리하였다.

그날밤 새벽 두 세시 쯤 되었을 무렵 아내가 나를 깨웠다.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나는 불을 켠 후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은 후 밖으로 나가 보았다 ,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내의 말은 이렇다. 백일을 겨우지난 막내아이가 칭칭 거려 잠에서 깼다고 한다
 그리고 젖을 물리고 있는데 밖에서 쫙쫙하고 종이 찢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나가 봤을 땐 바닥에 찢어진 종이는 없었다.

다음날 밖에 나갔을 때 나는 깜짝 놀라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 앉을뻔 했다.

창문에 있는 방충망이 반이나 찢겨져 있었다.
밤에 도둑이 창문을 통해 침입하려 했던 것이다. 

부자집도 아니고 세 사는 집에 무슨 돈이 있다고 도둑이 들겠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누군가 내가 처갓집에서 돈을 가져온 것을 안다는 것인데....

그걸 누가 알고 있을까....

이 집은 3층집이다. 1층에는 우리를 포함에 2집이 세 들어 살고 2층에도 2집이 세를 산다
그리고 3층은 주인 산다 ,
1층 우리 옆집에 사는 사람은 우리 딸과 동갑인 은진이네다.
나이는 우리보다는 한두 살 정도 위 같은데 고향은 전라도라고 한다 , 그 집 남자는 택시
운전을 하다 강도를 당해 목을 다쳐 치료를 받고 집에서 쉰다고 하는데 가끔 나와 마주칠 땐
가벼운 인사만 나눌 뿐 말을 주고받은 적은 없다

2층에는 지영이네와 태훈이네가 산다
지영이는 우리 딸 보단 2살 정도 많고 지영이 엄마 아빠는 우리와 비슷한 나이다.
지영이 아빠는 키가 조금 작은 편이며 무슨 공장에 다닌다고 하는데 . 그동안 살면서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서로 모르는 척하는 사이이다. 고향은 충청도라 한다

그리고 태훈이는 초등학교 1.2학년으로 보이고 그 아래 여동생이 있는데 우리 딸과
비슷한 나이다. 태훈이 아빠는 봉고차를 타고 다니며 인삼차 박스나 그 외 비슷힌 물건을
부업하는 사람들에게 나르는 일을 한다고 하는데 장확히 뭘 하는지 알 수는 없고
그를 딱 한번 본적이 있다 키는 나보다 조금 크거나 비슷했고 앞머리가 조금 벗겨져 있었다
고향은 서울이며 다른 여자와 바람피운 전력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모두 아내에게 들은 것이다.
그래도 여자들끼린 가끔 모여 커피라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는데 그날도 여자들끼리 모여 눈앞에 닥친
전세 인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내가 처갓집으로 돈을 가지러 가 밤늦게 온다는 사실을
세 여자 모두 알고 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범인은 은진이 아빠.지영이 아빠. 태훈이 아빠중 한사람 같은데 
 물증도 없고 없어진 것도 없기에 함부로 단정지울수가 없어
아무런 내색도 않고 1달 후에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다..


이때 뼈저리게 느낀 게 있다면 돈에 관한 예기는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돈이 많던 적던. 아무리 믿고 가까운 사람 일지라도 말이다
돈을 잃는 게 문제가 아니라 도둑이 침입하면 맨손으로 침입하겠는가
생각만 해도 정말 끔찍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신기했던 것은 어린아이가 도둑을 쫓는다는 옛 말이 딱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