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부엉이에게 속은 복면)
복면이 낫을 거머쥐고 무서운 기세로 다가오자
겁에 질린 정이가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복면은 들고 있던 낫으로
정이의 목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정이의 목에서 검붉은 피가 솟구쳐 나왔다.
"이놈아 나를 죽여라!! 우리 손녀가 무슨 죄가 있다고"!!!!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복면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달려들었다.
그러자 복면은 다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낫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 틈에 정이는 밖으로 빠져나왔다. 마당 끝에 콩밭이 있었는데
정이는 우선 몸을 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콩밭으로 뛰어갔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비명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정이가 콩밭 끝머리까지 거의 왔을 때 복면이 방문을 뛰어나왔다.
정이는 목에 흐르는 피를 한 손으로 감싸 쥐은 체 콩밭 이랑에 얼른 엎드렸다.
복면이 손전등을 들고 콩밭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정이는 이제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복면에게 잡히는 건 시간문제였다.
정이는 콩밭 이랑에 얼굴을 묻고 울기 시작했다.
낫으로 목을 찔렸기 때문에 울음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복면은 정이부터 해치려다 할머니의 방해로 실패는 했지만
정이는 목에 큰 중상을 입고 목소리가 안 나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정이는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동생이 보고 싶었다. 이번 방학에 같이 오려다
수련회를 간다고 하여 정이 혼자 오게 된 것인데 정말 안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젠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동생....
그리고 엄마와 아빠, 정든 친구들도 모두 볼 수가 없다.
정이는 쉴 새 없이 눈물만 흘렀다.
복면은 한 손엔 낫을, 또 한 손엔 손전등을 들고
이랑 하나하나를 철저하게 수색하고 있었다.
이제 서너이랑만 지나면 정이가 숨어있는 곳까지 오게 된다.
정이는 이제 모든 것을 단념해야 했다. 모든 것이 무섭고 서러웠지만
이대로 죽음을 맞는 것 외엔 아무 방법이 없다.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해도 살려줄 복면이 아니다.
정이는 복면이 가까이 다가와도 일어나 도망가지 않고
처음 그 자세 그대로 엎드려 있었다.
여기서 도망간다 한들 몇 발자국이나 가겠는가.
복면이 정이가 숨어있는 이랑으로 접어들었다.
이제 정이는 복면의 손에 잔인하게 죽어야 했다.
겨우 14세밖에 안된 어린 소녀가
외딴 산중에서 20대 청년에게 상상도 못 해본
흉기에 죽음을 맞아야만 했다.
"엄마! 살려줘요 "
눈물은 끝도 없이 샘솟았다. 목에 심한 부상을 입었지만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
어느새 복면은 정이가 숨어 있는 곳까지 바짝 다가오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이미 복면손에 돌아가신 것 같았다.
정이는 이제 모든 걸 체념해야 했다.
그런데 이때였다.
콩밭 반대쪽, 그러니까 마당을 사이에 두고 콩밭과 옥수수 밭이 있었는데
마당 건너편 옥수수 밭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혹시 할아버지가 살아 계신 건가" 정이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복면 생각은 다르다.
정이가 그곳 옥수수밭에 숨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복면은 콩밭에서 재빨리 나와 옥수수 밭으로 뛰어 들어갔다.
옥수수 밭은 제법 넓었다. 콩밭이 300평 정도라면 옥수수밭은 1000평 정도가 된다.
그리고 옥수수도 어른키만큼 자라 있어 거기에 숨어 있다면 찾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렇다면 정이는 처음부터 옥수수밭으로 가지 않고 왜 콩밭으로 갔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콩밭 끝나는 곳엔 경운기 한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비포장 농로가 있다.
그 도로는 동내로 이어지는데 정이는 어떻게든 동내까지만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옥수수밭은 동내 반대쪽이다. 옥수수밭이 끝나면 산으로 이어지는데
옥수수밭으로 들어갔다면 꼼짝없이 갇히는 꼴이 된다.
그렇게 되면 속수무책으로 거기에 갇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죽어가는 걸 보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도 곳 잡힐 것이다..
복면이 옥수수밭으로 들어가자 최대의 위기를 넘긴 정이는 재빨리 콩밭을 뛰어나와
동내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동내까지는 약 3킬로. 부상을 당한 정이에겐 가혹한 거리다.
지금이라도 복면에게 발각되면 정이는 살아나기가 힘들었다.
목에선 피가 계속 솟구치고 있었고 피를 얼마나 많이 흘렸던지 정신마저
희미해져 오고 있었다. 정이는 한참을 달리다 뒤를 돌아보았다.
멀리 삼밭 쪽에선 손전등 불빛이 왔다 갔다 하는 걸로 보아 아직 눈치채지 못한 것 같 았다.
그러다 반짝하고 손전등 불빛이 정이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한편 옥수수밭으로 뛰어들었던 복면은 옥수수나무를 흔들며 지나가는 물체를 뒤쫓았다.
손전등으로 비추어 보아도 실체는 보이지 않았지만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도망 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30미터를 쫓고 쫓기다
어느 한 지점에서 푸드덕하고 날아갔다.
부엉이였다.
복면이 옥수수밭으로 뛰어들었을 때 바로 날아갔다면 정이는 도망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부엉이는 마치 복면을 유인이라도 하듯 이리저리 도망 다니며 시간을 벌어준 뒤
정이가 어느 정도 멀리 까지 도망가자 그때서야 날아간 것이다.
아마 무거운 먹잇감을 잡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부엉이가 정이를 살려준 것이다.
부엉이에게 속은 걸 알아챈 복면은 재빨리 콩밭으로 다시 뛰어갔다.
복면이 범행을 마치고 방문을 나올때 콩밭쪽에 검은 물체를 보았기 떼문에
틀림없이 콩밭에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복면이 콩밭을 이리저리 돌아보았지만 정이는 보이질 않았다.
정이를 찾지 못한 복면은 손전등을 높이 들어 여기저기 사방으로 비추어 보았다.
정이가 뒤 돌아보았을 때 반짝하고 스쳐 지나간 불빛이 바로 그 불빛이다.
복면은 이때 정이를 보았다.
아니 꼭 정이를 보았다고 확인은 할 수 없었지만
동내 쪽 농로 멀리에서 무언가 아론거리는 것을 본 것이다..
복면은 그것이 정이 일거라 생각하고 손전등을 끈 뒤 뒤쫓기 시작했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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