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나온 반달

소녀를 지켜준 부엉이4

초원의 호수 2024. 1. 31. 23:15

이 사건이 일어난 건 80년대 중반으로 필자의 옆 동내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복면은 필자도 잘 아는 학교 후배이며 이때 복면은 군인 신분으로 휴가 중에
저지른 범행이다. 그래서 체포 후 사형이 즉시 집행 된 것도 군인 신분 이기 때문이다.

이 무렵 삼밭의 임금은 하루 7천 원이나 8천 원 정도이다.
그리고 하루에 5명에서 10명까지 일을 했으니 일꾼들 하루 품값은 모두 합쳐
4만 원에서 8만 원이고 그걸 10일로 곱하면 40만 원에서 80만 원이다.

복면이 노린 건 바로 이 돈 80만 원이며 이 돈을 뺏기 위해 계획을 철저히 세웠다.
복면은 범행을 위해 삼밭에 나가 일을 해주며 주변을 탐지하는 등 사전답사를 했다.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거리와 시간까지 재는 등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사건 당일 복면은 동내 친구들과 밤 물고기를 잡기 위해 2~3 키로 떨어진 냇가로 나갔다.
메기나 쏘가리 등 큰 물고기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주로 밤에 나타나고 그것을 잡기 위해
횃불을 들고 밤 물고기를 잡는데 시골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이때 복면은 매운탕거리와 냄비등 취사도구를 준비한다 ,
물고기를 잡아 그 자리에서 매운탕을 끌어 소주 한잔을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소주는 준비하지 않았는데 소주는 미리 어느 지점에 숨겨놓고 깜박 잊은 척
소주를 사 오기 위해 자리를 이탈한다. 이것이 복면이 세운 알리바이이다.

삼밭과, 물고기를 잡는 냇가, 그리고 소주를 파는 가겟집은 삼각점을
이루고 있으며 거리가 비슷해 복면이 범행을 저지르고 돌아오는 길에 미리
숨겨 놓았던 소주를 들고 가면 시간이 비슷해 일행들도 깜빡 속는다.

복면이 이곳 삼밭을 범행 대상으로 잡은 건
첫째, 돈이 많다는 것인데 이때 시골에서는 그렇게 큰돈을 가지고 있는 집은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몇천 원 정도이고 많아봐야 몇만 원 정도이다.
둘째. 동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큰 소란이 일어나도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셋째. 힘없는 노인 둘을 상대하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쉽다,

그런데 복면의 예상은 빗나갔다. 정이의 존재를 몰랐던 것이다
나흘전 복면이 일 하러 왔을 땐 정이는 없었다.
아마 노인 둘만 있는 줄 알고 범행을 결심했을 것이다,
정이가 이곳에 온건 이틀전 이다 

사실 복면은 돈이 아직 안 왔다고 했을 때 정이도 있고 시간도 촉박하여 그냥 돌아가려 했다.
그러나 정체가 탄로 나 일을 저지르고 말았는데 그때 할머니는 왜 아는 척을 했을까.

할머니의 한마디 때문에 끔찍한 비극을 맞지 않았던가.


아마 돈이 없다고 해도 복면이 아무런 반응 없이 그냥 가 주는 게 고마웠거나
아니면 아는 사람이라 반가워서 그랬던 건 아닐까.
그러나 고마워해야 할 때가 있고 모르는 척해야 할 때가 있다..


할머니는 복면의 정체와 이름을 어떻게 기억하는 걸까.
그리고 복면은 한번 와서 일을 해 주었던 곳인데, 정말 자기를 모를 거라 생각했던 걸까.
아마 노인 들이기 때문에 얼굴만 가리면 기억을 못 할 거라 생각했나 본데 그건 큰 오산이다.


차라리 젊은 사람이었다면 인물에는 관심이 없어 기억을 못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계산이 철저한 노인들이 자기 집에 와서 일을해준 머리짧은 총각을 기억 못 하겠는가.
그 무렵 농촌에는 남자들 일손이 달려 삼밭에 온 일꾼들은 대부분 여자들이고

남자는 복면을 포함하여  한 두명에 불과하다.그리고 품삯을 지불 하기 위해선 장부에

명단을 적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