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나온 반달

임진강 괴물과 명호 아버지

초원의 호수 2024. 1. 5. 15:19

환갑을 넘긴 명호 아버지는 낚시를 좋아했다.
처음부터 낚시를 좋아했던 건 아니고, 어느 날부터인가 동내 앞다리밑에서 매꼬모자를 쓴
명호 아버지의 낚시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고, 그러다가 멀리까지 원정 낚시를 다닌다.
명호 아버지가 멀리 낚시를 가는 곳은 걸어서 한 시간 거리인 숭의전부근 임진강이다.
처음엔 동내 앞 냇가에선 조그만 피라미만 잡다가 멀리 임진강에 다니고부턴 제법 씨알 큰
붕어와 어떨 땐 쏘가리까지 잡아 오기 때문에 이젠 동내 앞에서는 낚싯대를 펴지 않는다.

그날도 명호 아버진 낚싯대를 둘러메고 임진강으로 향했다.
그날은 허리춤에 준비한 것이 많은 걸로 보아 아마 밤을 셀 모양이다.
비가 며칠 동안 내려서인지 길은 무척이나 질었다.
간신히 강기슭까지 도착했을 땐 강물은 생각보다 많이 불어 있지가 않았다.
명호 아버지는 땅이 마른 곳에 자리를 잡고 가지고 온 짐을 풀었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다니며 긴 나무 막대기 몇 개를 모았다.
밤을 새우려면 최소한 이슬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있어야 되기 때문에 나무 막대기를
삼각형으로 꽂은 뒤 거기에 준비해온 비닐루를 둘둘 말아 마치 인디언 막사처럼 만들었다.
이 정도라면 밤이슬은 물론 소나기가 온다 해도 충분히 피할 수 있다.

도시락으로 간단한 식사를 마친 명호 아버지는 본격적으로 낚싯대를 폈다.
시간은 많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비가 그친뒤라 손바닥만 한 붕어가
꽤 잡힐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빨리 손맛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물고기는 잡히지 않았다.
벌써 두 시간 째인데 모래무지 한 마리와 손바닥 반 만한 붕어 한 마리가 전부이다.
일주일 전에 왔을 때 이때쯤이면 손바닥만 한 붕어와 메기, 참마자등 각종 물고기가
종뎅이로 가득 차 있었는데 오늘은 어찌 된 일인지 입질조차 하지 않는다.
"대낮이라 입질을 안 하는구먼"
명호 아버지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애써 밤낚시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날밤 자정이 훨씬 넘도록 그렇다 할 수확은 없었다.
물에 담가놓은 종뎅이에는 붕어 두 마리 모래무지 하나 그리고
피라미 한 마리가 전부인데 피라미는 벌써 배떼기를 하얗게 드러낸 체 죽어 있었다.
밤하늘 중천에 떠있던 달도 어느덧 서쪽으로 상당히 기울어 있었고 이제 머지않은
시간에 동이 틀 것 같았다.
그런데 이때부터 입질이 시작됐나 보다. 무언가 한 마리 잡힌 것 같아 낚싯대를 올려 봤는데
팔뚝만 한 메기가 커다란 입을 쩍 벌린체 꿈툴꿈툴거리며 딸려 오는 것이 아닌가.
명호 아버지는 너무 기분이 좋아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래도 기다린 보람이 있구먼"
명호 아버지는 누가 옆에 있기라도 한 듯 제법 큰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큰 메기를 잡았는데 아무도 보아준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모양이다.
메기가 얼마나 큰지 종뎅이에 담자 종뎅이 하나 가득이다.

그러나 기쁜 것도 잠시.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엔 물고기가 뛰는 소린 줄 알았는데 그런 것 같진 않았다.
물고기가 뛰는 소리는 "첨부덩 첨부덩" 하는데 명호 아버지가 들은 건 그 소리가 아니라
"찰싹찰싹"파도치는 소리 같았다.
이곳 강물은 잔잔하게 흐르기 때문에 물소리는 거의 나지 않아 강건너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까지 들릴 정도이다.
명호 아버지는 사방을 한번 들러본 뒤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았다.
찰싹 거리는 소리는 강물 한가운데서 나고 있었다.
명호아버지는 한동안 강 한가운데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강 한가운데를 살펴보던 명호 아버지는 순간 "앗"하고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질러댔다.
강물 한가운데 머지않은 곳에선 무언가 괴물 같은 것이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며
이리로 빠르게 오고 있지 않은가.
무언가 알아볼 수는 없지만 커다란 물결을 브이자로 일으키며 다가오는 걸로 보아
보통 놈이 아니란 걸 느낀 명호 아버지는 간이 콩알 만해졌다.
빨리 도망을 치려 했지만 온몸이 마법에라도 걸린 듯 마비가 되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는 동안 그 괴물은 점점 가까워 오고 있었고 드디어 코앞까지 다가왔다.

물에서 나온 괴물의 크기는 커다란 고양이 만했고 머리는 뱀 같았으며 네 다리가 달려있었다.
그 괴물은 물에서 나오자 곧바로 명호 아버지에게 달려들 기세였는데. 그 순간 명호 아버지는
비명을 지르며 곧바로 기절을 했다.
명호아버지가 깨어난 건 그로부터 십수분 후였는데 온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얼마나
놀랬는지 기운이 빠져 일어날 기력조차 없었다.
그날 이후 명호 아버지는 자리에 앓아누웠고 병세는 더욱 악화되어 자리에 누운 지 보름 만에
돌아가셨다.

명호 아버지가 보았던 임진강 괴물은 무엇일까.
머리는 뱀 같고 몸통은 커다란 고양이 같다고 한다 ,
머리가 뱀 같다면 입이 뾰족하다는 건데 그런 동물이 무엇이 있을까.
사실 명호 아버지는 정신이 반 정도는 나가있는 상태여서 확실하게 본건 아니다.
그래서 주축 하건대 뱀머리와 고양이 몸통의 비슷하게 생긴 동물, 헤엄 잘 치는
동물이라면 아마 수달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니까 산돼지도 수영을 잘한다고 하는데 혹시 산돼지 새끼는 아닐까?
또한 그 괴물은 강을 건너자마자 뜻밖에 불청객을 만났고 특히 명호 아버지의 비명 소리에
오히려 그 괴물이 더 놀라지는 않았을까.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건 명호 아버지의 죽음이다.
아무리 놀랐어도 괴물을 보았다고 해서 보름 만에 죽음까지 갈 수 있느냐 인 것이다.
환갑을 넘긴 나이라면 60을 넘었다는 건데 지금 같으면 나이도 아니고 새파란 청년 측에
낄 수도 있는 나이다.

하지만 명호 아버지 죽음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선 명호 아버지는 농사꾼으로서 몸이 상당히 쇄약 한 편이며 전에 결핵 병력이 있다.
그래서 농사일은 청년이 된 명호에게 맡기고 동내를 어슬렁 거리다
어느 때부터인가 낚시를 하게 된 것이며, 만약 동내 앞에서 밤을 새우다 괴물을 보았다면
놀라지도 않았을 테고 자리에 앓아눕지도 았았을 것이다.


그러나 명호아버지가 괴물을 만난 곳은 동내에서 10리 이상 떨어진 임진강이며 그곳엔
동내도 없고 사람도 없으며 물과 산으로만 둘러 쌓인 곳이어서 사고가 일어나도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명호 아버지는 괴물을 본 순간 어쩌면 모든 걸 포기했을 수도 있다.


누구던지 외딴곳에 갈 때는 절 데로 혼자 가서는 안된다.

사고 라는건 항상 예측치 못한 곳에서 오는것이며 언제 던지 일어날 수 있다

 

임진강 숭의전 하류쪽,. 명호 아버지는 이곳에서 낚시를 하였다 한다 

 

같은곳에서 바라본 숭의전 상류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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