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삶

한철마다 피는 꽃들도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간다는데

초원의 호수 2024. 2. 11. 14:43

 

나는 내 흔적으로 무엇을 남기게 될까.



늘상 화장대 두 번째 서랍에 보관해
두었던 반지가
증발 된 수증기처럼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벌써 갱년기 현상인가?
아니면 치매증상!
얼마 전부터 스멀스멀 기억을 더듬는 버릇이
생기면서 ‘아차’ 하는 건망증이
나를 어이없게 하고 있다.
그래도 기억력만큼은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며 살았었는데….

이제는 스스로 고개를 흔들며
생각이 날 듯 말 듯 할 때마다
세월 앞에 무기력해진 나를 돌아본다.
어느사이 중년의 고개를 훌쩍 넘었을까.
내 마음의 꽃밭에도
서서히 가을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새로 피어난 꽃보다 새로 돋아난 잎보다
단풍진 잎들이 점점 많아져 가고 있다.
한철마다 피는 꽃들도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간다는데
나는 내 흔적으로 무엇을 남기게 될까.

사는 동안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늘 시작이라는 다짐으로 행동하리라.
젊은 날 꿈꾸었던 순수한 욕망을 불태워 가면서...
그리하여 누구에겐가 남겨줄 정표라도
아니 나라는 사람을 기억 할 수 있는
그 누군가의 마음속에 내가 머물수 있다면
그것으로 고마운 일이 아니던가.

이른바 중년의 궁상을 접고
신세대의 패기와 열정을 곤두세워 살아간다면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숫자에 불과한 것을….
- 원명화의 수필집에서-


이다코 신부는 - 시이나사치코